영국이 10월 1일 러시아 제재 31건을 발표하면서 한국·일본의 사할린-2 LNG 수입에는 운송·보험 금지를 면제하는 일반 허가를 발급했다. 2025년 6월 17일 이전 계약에 한해 2027년 1월부터 2028년 3월까지 적용되는 한시 조치로, 한국가스공사의 기존 계약분 수급이 그 기간 보호된다. 2028년 3월 이후 재연장 여부와 한국의 LNG 도입선 다변화 속도가 이후를 가를 변수다.

영국 정부가 10월 1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31건을 발표하면서, 그 안에 한국과 관련된 예외 조치를 함께 담았다. 제재 자체는 러시아산 LNG를 실어 나르는 운송 선박 8척, 허위 정보 유포 네트워크, 우크라이나 민간인 고문에 연루된 개인·단체 23곳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 무역제재이행국은 동시에 러시아 극동 사할린-2에서 생산된 LNG를 한국과 일본으로 운송하는 데 영국 업체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 허가를 발급했다. 제재를 조이면서 한국만 그 적용에서 빼준 셈이다.

Diego F. Parra
핵심을 이해하려면 '무엇이 면제됐는가'부터 봐야 한다. 당초 영국은 2027년 1월부터 러시아산 LNG의 운송과 보험 서비스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었다.
LNG는 생산만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가스를 액화해 특수 선박으로 실어 나르고, 그 항해에는 보험이 반드시 붙는다. 운송과 보험을 막는다는 것은 가스가 항구에 있어도 배를 띄울 수 없게 만든다는 뜻이다. 런던은 세계 해상 보험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영국의 보험 서비스 금지는 사실상 운송 자체를 가로막는 효과를 낸다.
바꿔 말하면 이번 조치의 실질은 단순한 '수입 허가'가 아니라 '운송·보험 경로의 확보'에 가깝다. 계약이 살아 있어도 실어 나를 배와 그 배를 덮을 보험이 없으면 가스는 움직이지 못한다. 면제가 운송과 보험을 함께 풀어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면제에는 조건과 기한이 있다. 적용 대상은 2025년 6월 17일 이전에 체결된 LNG 공급 계약이고, 면제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2028년 3월 31일까지다.
한국가스공사는 2028년 3월까지 이어지는 사할린-2 프로젝트 LNG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영국 측에 면제를 적극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기존 계약분은 그 기간 동안 보호받게 됐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이되 당장의 수급 불안은 피하자는, 영국과 한국 양쪽의 타협점인 셈이다. 앞서 EU도 지난 7월 제21차 제재 패키지에 예외 조항을 두어 한국과 일본의 러시아산 LNG 수입을 비슷하게 풀어줬다.
이 조치는 영구적인 해결이 아니라 한시적인 유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시점은 2028년 3월 31일 이후다.
면제가 끝나는 그 시점에 재연장이 이뤄질지, 아니면 예정대로 운송·보험 금지가 그대로 적용될지가 첫 번째 변수다. 둘째는 그 사이 한국이 사할린-2를 대체할 공급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면제 기간은 계약을 지켜주는 동시에, 다른 도입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성격도 갖는다. 셋째로, 이번 면제가 2025년 6월 17일 이전 계약에만 적용된다는 조건도 짚어둘 만하다. 그 이후 새로 맺는 러시아산 LNG 계약까지 보호해 주는 조치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발표는 '러시아산 LNG를 2028년 봄까지는 쓸 수 있다'로 요약되지만, 그 뒤가 비어 있다. 에너지 수급을 지켜보는 쪽이라면 면제 연장 여부와 한국의 도입선 다변화 속도를 함께 체크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유예는 문제를 미뤘을 뿐, 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