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국산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발사를 두고 북한은 겉면에 그을음이 없다며 비행 성공을 의심했고, 국방부는 국산 내열소재 기술의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을음 유무는 비행 성패보다 어떤 열방호 방식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에 가깝다. 양측 모두 속도·궤적 계측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사진만으로는 성패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0월 8일 국방과학연구소가 해상 발사대에서 국산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처음 시험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자리였다. 군은 활공체가 추진체와 분리된 뒤 불규칙하게 궤도를 바꾸며 지정 목표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사진에서 시작됐다. 10월 15일 장창하 북한 미사일총국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초고온을 동반하는 극초음속 비행 환경을 지났다고는 믿을 수 없게 활공체 겉면에 그을음 하나 없고 도장색이 깨끗하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사진 속 비행체가 너무 멀쩡해 극초음속 비행을 못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하루 뒤 반박했다. 그을음이 없는 것이야말로 국산 내열소재 기술이 받쳐준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그을음이 없다는 것이 기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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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은 보통 음속의 다섯 배, 즉 마하 5 이상을 가리킨다. 이 속도에서는 비행체 앞의 공기가 급격히 압축되고 마찰하면서 표면 온도가 수백 도에서 수천 도까지 치솟는다. 이른바 공력가열이다.
가장 뜨거워지는 곳은 공기와 먼저 부딪치는 동체 앞부분과 날개 앞전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이 부위 온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 별도의 열방호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극초음속 비행은 빠르게 나는 것만큼이나 녹지 않고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열을 막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삭마형이다. 표면 재료가 타면서 조금씩 깎여 나가고, 그 과정에서 열을 함께 가져간다. 우주선 귀환 캡슐이 대표적이다. 표면이 타니 그을리거나 색이 변하는 흔적이 남는다.
다른 하나는 초고온 세라믹처럼 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재료를 쓰거나, 열을 바깥으로 되방출해 식히는 방식이다. 이 경우 표면이 깎이지 않으니 눈에 띄는 그을음이 적을 수 있다. 국내 연구도 동체 앞부분과 날개 앞전에 초고온 세라믹을 적용하는 설계를 가정한 바 있다.
정리하면 그을음의 유무는 비행 성공 여부라기보다 어떤 열방호 방식을 썼느냐에 더 가깝다. 북한은 삭마형을 떠올리며 "탔어야 정상"이라고 본 셈이고, 국방부는 타지 않는 쪽 기술을 강조한 셈이다.
| 쟁점 | 북한 주장 | 국방부 설명 |
|---|---|---|
| 그을음 없음 | 비행 실패 의심 | 내열소재 성능의 증거 |
| 내세운 근거 | 공개된 사진 | 설계·소재 기술 |
| 수치 자료 | 제시 안 함 | 공개 안 함 |
양쪽 모두 사진과 설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은 저해상도 사진을 근거로 삼았을 뿐 비행 속도나 궤적을 반박할 측정자료가 없고, 국방부도 설명만 했을 뿐 속도·고도 계측값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 확인되는 사실은 분명하다. 10월 8일 시험발사가 있었고, 군은 성공을 발표했으며, 북한은 사진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했다.
확인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사진 한 장으로는 비행이 실제 극초음속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다. 그을음이 없다는 이유로 실패라 단정할 수도, 반대로 성공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둘을 가르는 건 공개되지 않은 속도·궤적 계측 자료다.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사진에 기댄 성패 주장은 정황일 뿐 증거로 보기 어렵다. 속도·궤적 같은 계측값이 공개되거나 제3자가 추적한 데이터가 나와야 검증 가능한 영역에 들어선다. 지금은 양측 주장 모두 그 앞 단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