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슈퍼마켓 400여 곳이 밤사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냉장·냉동 설비 온도가 여섯 시간 동안 섭씨 50도까지 올라 식품이 전량 폐기됐다. 공격은 결제망이 아니라 냉장 온도를 조절하는 소프트웨어의 원격제어 기능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도됐지만, 배후와 정확한 수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원격제어 콜드체인이 늘어나는 한국 유통망에도 같은 약한 고리가 있어, 설비 소프트웨어 보안과 외부 원격접속 관리가 과제로 남는다.
프랑스 전역의 슈퍼마켓 수백 곳이 밤사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냉장·냉동 설비가 제멋대로 작동했다. 현지시간 12일 보도가 나왔고, 파리 검찰청이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설비 온도가 여섯 시간 동안 섭씨 50도까지 치솟았다. 식품을 차갑게 보관하라고 만든 장치가 오히려 열기를 내뿜은 셈이다. 보관하던 식품은 전량 폐기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소규모 화재까지 났다.
피해는 넓게 번졌다. 400곳 이상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르푸는 전체 6000여 곳 가운데 80곳, 모노프리는 매장의 약 5%가 피해를 봤다. 알자스 지역 슈퍼마켓 두 곳에서만 27만 유로의 손실이 확인됐고, 인터마르셰 최고경영자는 전국적으로 하루에만 수천만 유로의 피해가 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체인의 일탈이 아니라 여러 대형 유통망이 같은 날 동시에 당했다는 점이 이 사건을 예사롭지 않게 만든다. 물리적 침입 없이, 설비를 켜고 끄는 명령만으로 전국 단위 피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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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대목은 공격이 결제망이나 고객 정보가 아니라 설비 제어 시스템을 노렸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커들은 냉장·냉동 온도를 조절하는 소프트웨어의 제어권을 빼앗았다.
이 소프트웨어는 덴마크 기업 단포스가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고, 여기에 보안 취약점이 있었다고 한다. 결정적 통로로 지목된 것은 원격제어 기능이다. 유지·보수 업체가 매장에 가지 않고도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설정을 바꿀 수 있도록 열어둔 창구가, 그대로 침입 경로가 됐다는 것이다.
편리하려고 뚫어둔 길이 공격의 길이 됐다. 설비를 원격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반대로 멀리서도 설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위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핵심은 비어 있다.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금전을 노린 범죄인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공격인지, 정확한 동기도 공개되지 않았다.
온도조절 소프트웨어가 통로였다는 설명도 현재로서는 보도에 근거한 것이다. 취약점의 구체적 내용, 해커가 원격접속 권한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같은 기술적 경위는 조사 결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확인된 피해와 추정된 경로를 섞어 읽지 않는 편이 좋다.
남의 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물류센터도 냉장·냉동 설비를 원격으로 감시하고 제어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온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멀리서 바로잡는 기능은 식품 안전과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지만, 그 원격 통로 자체가 관리 대상이라는 사실은 덜 주목받았다.
이번 사건이 가리키는 약한 고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 매장이 같은 설비 소프트웨어를 쓸 때, 그 소프트웨어 한 곳이 뚫리면 피해가 동시에 번진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 유지·보수 업체에 열어준 원격접속 권한이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다만 대형 유통망의 사고가 결제 정보 유출을 넘어 식품 안전과 공급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프랑스 사례가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