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와 긴축에 반발한 프랑스 시위가 지난 주말 전국 55만 명 규모로 번지며 방화로 이어졌고, 정부는 일부 도시 야간 통행금지에 더해 24일 시위에 군 병력 배치까지 예고했다. 2024년 말 이후 내각이 잇따라 무너진 정치 불안이 거리로 옮겨붙으면서, 기성 정치 불신을 자양분 삼는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이 대선 여론조사 선두를 굳히고 있다. 23일 무디스 신용등급 발표, 소수 여당의 예산안 처리, 2027년 4월 대선 구도가 르펜 진영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지를 가를 변수다.

프랑스 정부가 거리로 군대를 불러내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 55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였고(주최 측 추산은 더 높다), 일부가 방화와 충돌로 번지자 정부는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파리와 북부 릴에 이어 남서부 보르도, 남부 니스까지 야간 통행금지가 확대됐고, 24일로 예고된 시위에는 군 병력을 포함한 보안 인력이 대거 배치된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대테러 경계작전인 '상티넬' 병력 투입을 예고했다.
시위의 뿌리는 생활비 부담과 긴축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430억 유로 규모의 신규 재정건전화 조치를 담았는데, 지출을 줄이려는 정부와 더 많은 공공투자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가 정면으로 부딪힌 셈이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이번 폭력 사태가 조직적이며 극좌 세력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Regan Dsouza
재정 지표는 정치 불안과 맞물려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20일 장중 4.96%까지 올랐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는 1.54%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달 초에는 4.99%를 넘겨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금리차가 벌어졌다는 건 시장이 프랑스 국채를 그만큼 더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다.
바탕에는 누적된 재정 부담이 있다. 국가부채는 GDP의 119%로 1946년 이후 가장 높고, 재정적자는 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3일 프랑스 신용등급을 발표할 예정인데, 현재 등급은 Aa3, 전망은 '부정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의회 내 소수라 예산안 통과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재정·정치·거리의 위기가 한꺼번에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에 대한 해석이다. 2024년 말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세운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 내각이 예산 갈등으로 잇따라 무너졌고, 현 르코르뉘 체제도 불안정하다. 기성 중도 정치가 예산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자, '체제를 바꾸겠다'는 극우의 메시지가 설득력을 얻는 구도다. 총리가 폭력의 배후로 극좌를 지목한 것도, 책임 소재를 좌파 쪽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극우에 불리할 게 없다.
여론조사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19일 발표된 클뤼스테르17 조사에서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2027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최소 31%로 선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피니언웨이의 10월 중순 조사에서는 시나리오에 따라 35~37%로 더 높게 나왔고, 9월보다 오른 수치다.
법적 걸림돌도 상당 부분 걷혔다. 르펜은 유럽의회 자금 유용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은 유지됐지만, 피선거권 박탈 기간이 줄면서 2027년 대선 출마가 가능해졌다. 다만 전자감시를 전제로 한 가택구금형이 함께 선고돼 르펜은 상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사이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르펜이 못 나오면 내가 나선다'는 플랜B로 뒤를 받치고 있다.
다만 선두가 곧 집권은 아니다. 프랑스 대선은 결선 2차 투표 구조라, 1차에서 르펜이 앞서도 중도와 좌파가 '공화국 전선'으로 결집하면 벽에 부딪힌다. 지금의 상승세는 확정된 승리가 아니라, 기성 정치가 신뢰를 되찾지 못할 때 커지는 가능성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23일 무디스의 신용등급 발표가 분기점이다. 등급이 내려가면 금리와 정치 불안이 동시에 커진다. 24일 예고된 시위와 군 병력 배치가 사태를 더 격화시킬지도 관전 포인트다.
중기적으로는 예산안의 의회 처리가 핵심이다. 소수 여당이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르코르뉘 내각마저 위태로워지고, 이는 다시 르펜 진영에 명분을 준다. 그리고 2027년 4월 대선까지, 르펜의 상고심 결과와 중도·좌파의 단일화 여부가 판을 좌우할 두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