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87세 퇴거 사태, 한국 전월세와 비교하면
마드리드에서 70년을 산 87세 세입자가 투자펀드의 월세 대폭 인상 끝에 강제퇴거되면서 스페인 전역으로 주거 시위가 번졌다. 정부가 퇴거 제한을 담은 긴급 법령을 냈지만 의회에서 부결됐고, 10년간 두 배로 뛴 임대료와 주택 부족이 그 배경에 있다. 한국의 계약갱신청구권과 5% 상한은 갱신 시점의 급등은 막지만 최대 4년이 지나면 보호가 끝난다는 점에서 스페인 사례와 함께 볼 지점이 있다.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일
87세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은 1956년 아버지가 계약한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약 70년을 살았다. 계약이 그에게 이어지면서 세입자 자격도 유지됐다. 2018년 투자펀드 우르바게스티온이 이 집을 사들인 뒤 월세를 500유로에서 2,650유로로 올렸다가 1,650유로로 낮췄지만, 연금 생활자가 감당할 금액은 아니었다.
2023년 대법원이 임대차 승계를 무효로 보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2026년 9월 23일, 퇴거를 막던 시위대가 해산된 뒤 아바스칼은 들것에 실려 집에서 나왔다. 이 장면이 도화선이 됐다. 마드리드 집회에는 정부 추산 2만5,000명, 주최 측 추산 30만 명이 모였다. 참가 인원은 추산마다 크게 달라 숫자 자체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시위가 전국으로 번진 것은 분명하다.
왜 퇴거를 막지 못했나

M Sides
핵심은 '오래된 보호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과거 임대료 상한제 아래 저렴하게 유지되던 계약이, 집이 투자펀드로 넘어가고 법원이 승계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효력을 잃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올해 6월 안정적 주거를 보장하라고 촉구했지만 퇴거를 되돌리진 못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산체스 총리 정부는 퇴거 제한 등을 담은 긴급 법령을 냈지만, 야권이 다수인 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올 2월에도 비슷한 법안이 "소규모 임대인이 매물을 거둬들여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반대에 막혔다. 제도적 방패가 번번이 세워지지 못한 셈이다.
임대료는 왜 이렇게 올랐나
스페인 임대료는 최근 10년간 약 두 배로 올랐다. 관광과 이민으로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못 따라간 것이 바탕이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주택이 75만5,000채가량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구조도 한몫했다. 대형 부동산 회사와 펀드가 주택을 대거 사들이는 동안 공공임대 비중은 2% 미만에 머물렀다. EU 평균 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시민단체 집계로는 지난 15년간 법원 명령에 따른 퇴거가 76만 건을 넘었다.
한국의 세입자 보호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도 임대료 부담이 가볍진 않지만, 갱신 단계의 급등을 막는 장치는 갖춰져 있다.
| 항목 | 스페인 | 한국 |
|---|---|---|
| 갱신 보장 | 소유권 이전 시 흔들림 | 계약갱신청구권 2+2년 |
| 임대료 상한 | 지역별·한시적 | 갱신 시 5% 상한 |
| 거래 투명성 | 약함 | 전월세 신고제 |
한국은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세입자가 한 번 더 2년을 요구할 수 있고, 갱신 때 임대료 인상은 5%로 묶인다. 확정일자를 받으면 집이 팔려도 보증금에 대한 대항력이 유지된다.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70년 산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가
닮은 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자본이 주택 시장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구조다. 다른 점은 완충장치다. 다만 한국의 보호도 영구적이진 않다. 최대 4년이 지나 새 계약을 맺으면 5% 상한은 적용되지 않는다. 스페인 사례가 남의 일로만 읽히지 않는다면, 그 지점을 함께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