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가 바이낸스에서 사라진 약 63억 달러의 배후로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고, 북한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미국은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전 지구적 문제로 규정하며 WMD 자금줄인 세탁 경로를 끊기 위한 국제 공조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라면 제재 지갑 차단과 트래블룰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출처 불분명한 장외 거래에 얽히지 않는지를 점검할 시점이다.
10월 29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대규모 탈취 사실을 공개했다. 사라진 금액은 약 63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 원이 넘는다. 이틀 뒤인 10월 31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배후로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는 성명에서 피해 규모를 "60억 달러 이상"으로 표현했다. 단일 해킹 피해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FBI는 탈취된 자산이 주로 이더리움으로 전환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고, 관련된 이더리움·비트코인·솔라나 지갑 주소를 공개하며 해당 거래를 차단해 달라고 거래소들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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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 직후가 추적의 승부처다. FBI는 앞으로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와 즉시 교환 서비스를 통한 추가 세탁을 예상한다고 했다. 코인을 잘게 쪼개고 여러 자산으로 바꿔 자금 출처를 흐리는 방식이다. 지목 단계에서 지갑 주소를 공개한 것도 자산이 더 흩어지기 전에 묶어 두려는 조치다.
1년 전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제재 내용을 보면 세탁 경로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재무부는 북한의 탈취 자금이 장외거래 중개인과 환전상, 여러 겹의 중첩 서비스를 거쳐 법정화폐로 바뀐 뒤 북한이 통제하는 계좌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에 기록이 남더라도, 중간 단계를 많이 쌓을수록 추적은 어려워진다.
11월 2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담화를 내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미국이 사이버 범죄를 북한 소행으로 몰아간다는 주장이었다.
이튿날 미 국무부가 곧바로 맞받았다. 국무부 당국자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과 여러 나라에 피해를 주는 "전 지구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정치 공세가 아니라 국제 범죄라는 틀로 다시 못 박은 셈이다.
미국은 이 사건을 단순한 도난으로 보지 않는다. 국무부는 북한이 국제 제재를 우회하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자금을 마련하려고 암호화폐 탈취와 세탁에 점점 더 의존한다고 본다. 돈의 흐름을 끊는 것이 곧 무기 개발을 늦추는 수단이라는 논리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년 전인 2025년 11월 4일 재무부는 북한 은행가와 관련 기관을 제재하면서, 북한이 약 3년간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30억 달러 이상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2025년 한 해 탈취액만 20억 달러가 넘어 역대 최대였다고 집계했다. 패턴은 반복됐고, 그사이 금액은 커졌다.
세탁 자금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거래소를 옮겨 다닌다. 이 사건을 바다 건너 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점검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거래소가 FBI가 공개한 지갑 주소를 입출금 차단에 반영하는지다. 블록리스트에 오른 주소와 연결된 자금은 사후에 동결·회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송금인 정보를 공유하는 트래블룰과 이상거래탐지(FDS)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다. 셋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동결 대응이다. 지난해 테더(USDT)는 북한 연계로 지목된 지갑의 자금을 블록리스트로 묶은 바 있다.
개인 투자자가 당장 할 일은 많지 않다. 다만 출처가 불분명한 코인을 시세보다 싸게 넘겨받는 장외 거래는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세탁 경로의 끝단에 얽히면 자금이 동결되거나 계정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싸게 산 코인이 가장 비싼 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