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9일 러시아가 경유 30만 톤을 즉시 공급하기로 했다며 전 세계 경유값 하락을 예고했지만 러시아 측 확인은 아직 없다. 발언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러시아의 합의 확인과 제재 면허, 유조선 확보가 맞물려야 하고 국제 경유값이 내려도 유류세와 환율 탓에 국내 주유소 가격은 그만큼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크렘린의 공식 확인과 싱가포르 경유 현물가, 오피넷 국내 경유 평균가를 함께 보면 발언이 실제 가격으로 이어지는지 판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9일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과 합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경유 30만 톤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단기간 내 300만 톤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만큼 전 세계 경유 가격이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 확인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 한 건뿐이다. 러시아나 크렘린의 공식 확인, 공급 시점, 운송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근거로 든 가격 하락 전망도 그가 제시한 주장일 뿐, 실제 수급으로 입증된 수치는 아니다. 경유값이 오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이 줄어든 사정이 있는데, 그 흐름이 발언 하나로 곧장 뒤집힌다고 보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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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배로 바뀌려면 몇 단계를 더 넘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막히면 공급은 지연된다. 발언 단계와 실제 선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설령 국제 경유값이 내려도 국내 주유소 가격이 같은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유는 가격 구조에 있다.
국내 경유 소매가는 보통 싱가포르 등 국제시장의 현물 가격을 정유사가 들여온 뒤 주유소로 넘어가는 구조라, 국제가 변동이 소매가에 반영되기까지 대체로 2~3주의 시차가 있다. 게다가 경유값의 상당 부분은 유류세로 고정돼 있어, 국제가가 내린다고 그만큼 소매가가 통째로 내려가지 않는다. 세금은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일정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가가 10% 빠져도 소매가는 그보다 작은 폭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와 석유제품을 달러로 사오는 비용이 늘어 국제가 하락분을 상쇄하고, 체감 효과가 줄어든다.
즉 발언이 현실이 되더라도 주유소 경유값은 시차를 두고, 유류세와 환율에 깎인 만큼만 반응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발언이 실제 가격으로 이어지는지는 다음을 함께 보면 가늠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이렇다. 러시아 측 확인과 국제 현물가 하락이 먼저 나타나고, 그다음 오피넷 소매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움직일 때 비로소 발언이 가격으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기대보다 확인을 앞세우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