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서울고법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2심에서 정의용·서훈 전 실장·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김연철 전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보되 형 선고를 미룬 1심 선고유예와 달리 2심은 형량을 명시하고 집행만 유예해 책임을 한 단계 무겁게 본 셈이다. 직권남용 성립 범위와 노영민 무죄 판단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상고할 수 있어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다.

2026년 10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항소심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죄로 갈렸다.
핵심은 형의 종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1심은 '선고유예'였고 2심은 '집행유예'다. 둘 다 교도소에 가지 않는다는 점은 같지만 무게가 다르다. 선고유예는 유죄로 보되 형을 정하는 것 자체를 미뤄 두고,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하는 제도다. 집행유예는 재판부가 '징역 1년 6개월'처럼 형량을 분명히 정한 뒤 그 집행만 미룬다. 1심이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수위를 비워 뒀다면, 2심은 숫자를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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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어민 2명이 동해상에서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상태로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우리 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닷새 만에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이 문제 삼은 것은 그 속도와 절차였다. 나포 이틀 만에 북송 방침이 정해졌고 5일 만에 집행됐다. 정부 수립 이후 북한 주민을 강제로 돌려보낸 첫 사례였다. 검찰은 이들 어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국내법과 재판 절차를 건너뛴 송환은 위법하다고 봤고, 2023년 3월 네 사람을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피고인 | 1심(2025.2) | 2심(2026.10) |
|---|---|---|
| 정의용 | 징역 10개월 선고유예 | 징역 1년 6개월·집유 3년 |
| 서훈 | 징역 10개월 선고유예 | 징역 1년 6개월·집유 3년 |
| 김연철 | 징역 6개월 선고유예 | 징역 1년·집유 2년 |
| 노영민 | 징역 6개월 선고유예 | 무죄 |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강제송환이 어민들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형 선고는 유예했다. 흉악범이라도 재판 없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는 위험하다고 지적한 대목이 판단의 축이었다.
2심은 같은 직권남용 혐의에 더 또렷한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실무자 의견에도 북송을 밀어붙였다는 점,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들까지 강제송환의 공포에 노출시켰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다. 1심에서 선고유예로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2심은 무죄로 돌렸다. 재판부는 그가 직권남용 범행을 공모했거나 북송 결정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사건, 같은 회의 구조 안에서도 개인별 관여 정도를 따로 따진 결과다. 유죄가 유지된 세 사람과 무죄로 갈린 한 사람의 차이는 '결정에 실제로 가담했는가'라는 선에서 갈렸다.
이 판결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의무 없는 일을 시켰는지' '권리 행사를 방해했는지'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 구성요건을 북송이라는 외교·안보 결정에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느냐가 상고심의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노영민 무죄를 두고 검찰이, 유죄가 유지된 세 사람 측이 각각 상고할 수 있어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다.
판단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정책적 결정이라도 법 절차를 건너뛰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흐름이 1·2심에서 이어졌다면, 대법원이 '정책 판단에 대한 사법심사의 한계'를 어디에 그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그 결론에 따라 향후 탈북민 신병 처리와 남북 간 송환 사안에서 정부가 밟아야 할 절차의 기준선이 달라질 수 있다.